매년 집에서 텃밭을 만들어 상추, 깻잎, 고추, 치커리, 토마토 등 왠만한 야채는 키워서 먹었습니다.
처음에는 주말농장을 하다가 주말에도 직장에 나가는 일이 잦아지면서 먼거리의 주말농장이 힘들어져 베란다 텃밭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베란다에 텃밭을 만들어 키우게 되었습니다.
베란다텃밭을 시작했던 첫해와 두번째 해까지 채소는 그럭저거 잘 자라 주었고 집에서 평일 한끼와 주말에 하는 식사가
전부인 우리식구에게는 그런대로 텃밭에서 키운 채소들은 우리의 밥상을 풍요롭게 해 주었습니다.
열무로 김치를 담궈 먹고, 고추, 깻잎, 토마토 등은 슈퍼에 가지 않고 집에서 해결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소일처럼 키우던 채소에 진딧물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고추에만 있던 진딧물이 점차 깻잎까지 생기게 되었습니다. 상추나 다른 채소에는 생기지 않는 진딧물이 유독 깻잎과 고추에는 계속해서 생겼습니다.
집에서 직접 키우고 우리 식구들이 먹는 채소라 농약없이 키우고 싶은 마음에 처음에는 시간이 날때마다 손으로 진딧물을 떼어 내거나 진딧물이 붙은 잎을 떼어 버리는 방식으로 진딧물을 없애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역부족이였던것인지 진딧물의 숫자는 계속 늘어만 갔습니다.
농약을 쓰지 않고 친환경으로 진딧물을 퇴치하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목초액을 이용해서 진딧물을 퇴치할 수 있다고 하여 목초액으로 진딧물을 퇴치 해야겠다는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목초액에 물을 비율대로 희석해서 주면 진딧물을 퇴치할 수 있다는 것이였습니다.
목초액으로 희석한 물을 텃밭에 뿌리니 목초액 특유의 고약한 냄새가 몇일동안 집안에 풍겼고 진딧물도 없어지지 않는것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아주 약하게 희석해서 뿌려주었고, 다음에는 조금 진하게 해서 뿌려 주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참을 수 없는 목초액 냄새와 없어지지 않는 진딧물로 결국 텃밭을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그해에는 남은 채소를 더이상 수확하지 않고 진딧물이 잔뜩 끼어 있는 고추, 깻잎, 토마토 등을 늦은 겨울까지 베란다텃밭에 그냥 방치하다가 땅에 묻어 버렸습니다. 그렇게 추운 겨울을 지나면 진딧물이 없어져서 다음해에는 괜찮을 거라는 저의 착각과 무지에서 비롯된 일이였습니다.
봄이 되어 텃밭을 시작하게 되었을때 햇볕이 잘드는 옥상으로 베란다텃밭을 옮기기로 결정하였고 상추, 고추, 토마토, 열무, 파, 깻잎등을 심었습니다.
처음에는 모두 잘자라 주어 열무를 수확해 김치를 담궈 먹었고 열무를 수확한 자리에는 치커리와 쌈채소를 심을 즈음부터 깻잎에 진딧물이 끼기 시작했습니다. 헌데 올해 깻잎의 진딧물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이 생겨 새로운 잎이 돋아나기만 하면 까맣게 진딧물이 끼어 잎이 자라지 못하고 오그라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지난해에 했던 방식대로 목초액을 희석해서 뿌려 주었지만 효과가 없었습니다. 희석비율을 진하게 하면 없어질까 싶어 진하게 희석하여 뿌려 주었지만 진딧물은 그대로 있고 깻잎만 까맣게 타 들어 갔습니다.
진딧물이 유독 깻잎에만 집중되어 있고 다른 채소에는 거의 보이지 않던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고추와 토마토에도 달라붙기 시작했습니다.
목초액으로는 진딧물을 퇴치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할 즈음 문득 우리가 채소를 씻을때 물과 식초를 희석한 물에 채소를 담궜다가 씻으면 채소에 붙어 있는 진딧물이나 벌레들이 떨어져 나가는 것에 착안하여 이번에는 식초를 희석한 물을 분무기를 이용해서 진딧물이 붙은 쪽에 뿌려주기 시작했습니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가 좋다해서 일주일에 한번씩 두번 식초 희석액을 뿌려 주었지만 역시나 진딧물은 그 수가 줄어들지 않았고, 진딧물이 얼마나 극성인지 새로 나기 시작한 쌈채소는 줄기만 남은채 잎은 형체를 남기지 않고 전부 갉아먹어 버려 무엇을 심었던 것인지 분간조차 하기 힘들 지경이 되어 버렸습니다.
여기 저기 알아보니 깻잎은 벌레가 많아 싹이 나서 출하하기까지 계속 약을 쳐야 제대로된 깻잎을 판매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렇게까지 벌레가 많으니 정말 농약을 사서 뿌려야 하는것인가 갈등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릴적 아버지가 옥상에 이것 저것 채소를 가꿀때 가끔 농약을 치셨던 기억이 떠올라 인터넷으로 친환경농약을 검색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텃밭에 직접 채소를 가꿔 먹는것은 농약을 쓰지 않은 채소를 얻기 위함인데 정작 농약을 쓴다면 본래의 의도했던 친환경농사를 망치게 된다는 생각에 진딧물이 가장 심한 깻잎은 포기해야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마요네즈를 이용한 진딧물 퇴치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방법은 간단했습니다.
분무기에 마요네즈와 물을 넣고 마구 흔들어 준 후에 진딧물이 낀 곳 구석 구석에 뿌려주는 것이였습니다. 마지막 실낱같은 희망으로 이 방법을 써보고 안돼면 누구처럼 깻잎 화분을 전부 갈아 엎어 버리고 화분의 흙까지 버려야겠다는 생각에
마요네즈 희석액을 진딧물이 있는 깻잎 뒷면의 구석 구석까지 뿌려주었습니다.
마요네즈 희석액을 뿌려준 후 우연의 일치인지 간간히 내리는 비로 일주일만에 텃밭에 가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실패 했으면 정말 갈아 엎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올라간 텃밭의 깻잎은 상태는 대성공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깻잎에 붙어 있던 진딧물이 거의 사라지고 처음으로 제대로된 깻잎을 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아직 약간의 진딧물이 다시 생기기 시작했지만 이만하면 진딧물 퇴치작전은 절반의 성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요네즈로 진딧물을 퇴치하고 아직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사라진 진딧물로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